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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맨체스터 바이 더 씨 (Manchester by the Sea, 2017) - 어떤 죄책감은 극복되지않는다 1.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스포일러 포함 줄거리 요약 영화 (Manchester by the Sea, 2016)는 삶에 지대한 상실을 겪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리 챈들러'는 매사에 무기력하고 말수가 적은 인물로, 보스턴의 허름한 아파트 단지에서 건물 관리인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리는 형 '조'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을 듣고 고향인 매사추세츠의 해안 도시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향하게 된다. 그곳은 과거 그가 떠났던,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곳이다. 장례를 준비하던 리는 조카 '패트릭'의 후견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당황한다. 그는 자신의 삶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아이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영화는 현재의 이야기와 함께.. 2025. 4. 13.
[영화 감상] 패왕별희(Farewell My Concubine, 1993) – 예술과 정체성, 사랑과 시대의 비극이 교차하는 순간 1. 패왕별희스포일러 포함 줄거리 – 경극이라는 무대 위에 삶을 바친 두 남자의 사랑과 단절첸 카이거 감독의 영화 는 경극이라는 예술을 무대로, 두 경극 배우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서사다. 주인공 두이지(장국영 분)는 어릴 적부터 경극 학교에서 훈련받아 여성 역할인 우희를 연기하게 된다. 그의 파트너 셔오루(장풍의 분)는 패왕 역할을 맡아 둘은 무대 위에서는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사랑과 질투, 상처와 오해가 그들의 관계를 갈라놓는다. 셔오루가 창녀 출신 여인 주쉐이(공리)와 결혼한 순간부터, 두이지는 극심한 혼란을 겪으며 셔오루에 대한 감정을 애정으로 드러낸다. 이들의 관계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 점차 파국을 향해 치닫고, 문화대혁명의 검열과 고발, 강압적인 이데올로기의 굴레는.. 2025. 4. 12.
[영화 감상] 크래쉬-디렉터스 컷 (Crash, 2025) - 불편함을 견디는 자에게만 보이는 진실 불편함을 견디는 자에게만 보이는 진실. 영화 은 당신의 감각과 윤리, 도덕의 테두리를 시험한다.1. 크래쉬 스포일러 포함 줄거리 – 차사고를 통해 깨어나는 육체의 쾌락과 금기된 욕망의 공동체영화 크래쉬: 디렉터스컷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1996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자동차 사고와 인간의 성적 욕망을 연결짓는 파격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다룬다. 광고감독 제임스는 일상에서 무미건조함을 느끼며 아내 캐서린과의 관계에서도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동차 사고를 당하게 되고, 다른 차량을 몰던 여성 헬렌과의 충돌을 계기로 전혀 새로운 감각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사고의 충격, 상처의 감촉, 금속의 질감은 제임스에게 묘한 각성을 안긴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자신과 유사한 욕망을 지.. 2025. 4. 11.
[영화 감상] 잃어버린 주말 (The Lost Weekend, 1946) -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쓰는 삶 1945년 작 〈잃어버린 주말〉은 알코올 중독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불안, 자기 부정, 그리고 회복의 가능성을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다. 단 4일간의 무너짐 속에서 ‘다시 쓴다’는 의지 하나로 삶을 붙잡는 돈의 여정은 지금 우리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쓰고 있나요?”1. 잃어버린 주말 줄거리 요약 (스포일러 포함)〈잃어버린 주말〉(The Lost Weekend, 1945)은 뉴욕에 사는 작가 지망생 ‘돈 버넘’의 단 4일간의 이야기를 통해, 알코올 중독의 본질과 인간의 심리를 정면으로 파고든다. 영화는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단 ‘잃어버린 주말’ 동안 벌어지는 돈의 무너짐과 방황을 따라간다.돈은 겉으로 보기엔 유능한 지성인이지만, 실은 알코올 중독자로 오랜 시.. 2025. 4. 10.
[영화 감상] 카사블랑카 (Casablanca, 1949) - "이건 우리 우정의 시작이야" , 다시 보는 고전의 품격 1942년 고전 영화 〈카사블랑카〉는 전쟁의 혼돈 속에서 사랑과 정의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선택을 그린다. 격동의 역사와 침묵 속의 용기,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진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릭의 마지막 선택은 지금 이 시대에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1. 카사블랑카 줄거리 요약 (스포일러 포함)1941년,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의 격랑 속에 빠져 있었다.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점령당하면서, 많은 유럽인들은 자유를 찾아 북아프리카의 프랑스령 모로코, 카사블랑카로 모여들었다. 카사블랑카는 리스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한 중간 관문이었고, 따라서 이곳은 자유를 향한 희망과 절망, 음모와 기회가 얽힌 긴장된 도시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 릭 블레인(험프리 보가트)은 카사블랑카에서 ‘릭스 카페 아메리.. 2025. 4. 9.
[영화 감상] 애프터썬 (After Sun, 2023) - 친구는 펑펑 울고 나에게는 잔인했던 영화, 사랑의 흔적에 대하여 1. 애프터 썬 줄거리 요약 (스포일러 포함)〈에프터썬〉은 한 소녀가 어른이 된 후,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한 한여름의 휴가를 기억해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줄거리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파편적인 장면, 감정의 결, 일상의 순간들이 조용히 이어지며 감정과 기억의 흐름을 따라간다. 주인공 소피는 열한 살, 아버지 캘럼은 서른한 살. 이들은 터키의 어느 리조트에서 짧은 휴가를 함께 보내며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은 같이 수영을 하고, 게임을 하고, 서로를 찍어주며 다정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 속엔 말로 다 전해지지 않는 슬픔이 숨어 있다. 캘럼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해 보인다. 소피의 생일을 축하하면서도 무언가에 무너져 있는 듯한 그의 모습은 소피에겐 완전히 감.. 2025. 4. 8.